- 1SAFE(조건부지분인수계약)는 투자금을 먼저 받고, 다음 투자 라운드 같은 사건이 생기면 그 돈을 주식으로 바꿔 주는 계약입니다.
- 2K-IFRS에서 SAFE 회계처리는 금융부채가 원칙입니다. 바꿔 줄 주식 수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 3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판단이 필요하며, 저는 부채로 보는 쪽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들어가며
요즘 초기 스타트업들이 시드 투자를 받을 때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조건부지분인수계약)를 쓰는 경우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 SAFE의 경우 RCPS나 CB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생소하다 보니, 결산 시 회계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문 것 같습니다.
오늘은 SAFE가 어떤 계약인지부터 살펴보고, K-IFRS와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서 SAFE 회계처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01SAFE는 어떤 계약인가요?
SAFE는 우리말로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돈을 넣고, 주식은 나중에 받는 계약이죠.
일반적인 지분투자는 투자금을 넣는 시점에 주식을 받습니다. 반면 SAFE는 투자 시점에는 돈만 들어오고, 다음 투자 라운드처럼 미리 정해 둔 사건이 생겼을 때 그 금액을 주식으로 바꾸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SAFE를 벤처투자법상 투자 방식의 하나로 정하고 있습니다. 투자금의 상환만기일이 없고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점이 요건인데요, 이 특징이 뒤에서 볼 회계처리 논쟁의 출발점이 됩니다.
설명이 다소 복잡하니, 사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무 계약에는 밸류에이션 상한(밸류캡) 같은 조건이 함께 붙어 이보다 복잡하다는 점은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A사는 투자자 B에게 SAFE로 10억원을 받았습니다. 계약서에는 '시리즈A 때 인정받은 1주당 가치에서 20% 할인한 가격으로 SAFE 투자금을 주식으로 바꿔 준다'고 적혀 있습니다. 시리즈A에서 1주당 가치가 1,000만원으로 정해지면, 전환 가격은 800만원(1,000만원 × 80%)이고 B는 125주(10억원 ÷ 800만원)를 받게 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투자금이 들어오는 시점에는 몇 주를 얼마에 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SAFE 회계처리를 어렵게 만듭니다
02K-IFRS에서는 부채인가요, 자본인가요?
K-IFRS 하에서 SAFE는 명확하게 부채로 분류됩니다.
K-IFRS에서 자기 회사 주식을 내주는 계약이 자본이 되려면, 내줄 주식 수와 받을 금액이 모두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흔히 '확정 대 확정' 조건이라고 부르는데요, SAFE는 전환 전까지 주식 수도 가격도 정해지지 않으니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하게 됩니다.
회계기준원도 회사가 신주 발행이나 금전 지급을 피할 수 있는 무조건적인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면 SAFE를 금융부채로 분류한다고 회신한 바 있습니다.
다만 부채로 분류하면 따라오는 숙제가 있습니다. 금융부채인 SAFE는 처음 인식할 때 공정가치로 측정해야 합니다. 이때 공정가치를 얼마로 볼지, 예외적으로 원가를 쓸 수는 없는지가 문제가 되죠. 이 부분은 결산 전에 감사인과 미리 협의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03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을 쓰는 회사는 사정이 다릅니다. 사실 이 주제를 다룰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SAFE를 어떻게 처리하라는 명시적인 기준이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채로 볼 근거와 자본으로 볼 근거를 함께 정리해보고, 제 견해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각 입장의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부채로 보는 입장 | 자본으로 보는 입장 |
| 논거 | 일반기업회계기준은 법적 형식을 중시함. | SAFE는 이자도, 만기도 없기에, 실질이 주식과 다르지 않음. |
| 비슷한 예 | 법적 형식에 따라 K-GAAP에서 RCPS는 자본, 영구채는 부채로 분류함. | - |
| 결론 | 법적 형식을 존중하여 부채로 분류해야 함. | 실질에 따라 자본으로 분류해야 함. |
이 애매함은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4년 5월 관련 회계처리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후 2025년 8월 금융위원회 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는 회계처리기준과 가이드라인을 현실에 맞게 개선·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2026년 10월 현재까지 바뀐 기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견으로는,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도 부채로 분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판단과 마찬가지로, 법적 형식을 따르면 아직 주식을 발행하지 않은 SAFE 투자금은 부채로 보는 쪽이 일관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실무에서도 부채로 분류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다만 아직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결산 전에 감사인과 분류를 먼저 논의해 두시길 권합니다.
마치며
SAFE는 계약서 한 장으로 빠르게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방식입니다. 다만 회계처리에 따라 부채비율이 크게 변동할 수 있는 만큼, 계약 전에 재무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리 검토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SAFE는 계약서 한 장으로 빠르게 투자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방식입니다. 다만 회계처리에 따라 부채비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투자 계약 단계에서 전환 조건과 상환 조건이 재무제표에 미칠 영향을 미리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 본 칼럼은 K-IFRS 제1032호와 회계기준원 질의회신, 벤처투자법과 2026년 10월 현행 회계기준·법령을 기준으로 손주영 공인회계사가 작성했습니다. 개별 거래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자문이 아닙니다.
